사람이 귀신을 보는것은 사후세계에 대한 믿음 때문이다 라고 스티븐킹의 1408에서 지배인역의 사무엘 잭슨이 말한다.
주말동안 공포영화를 2편이나 연달아 본지라, <기담>과 <1408>이 마구 머릿속을 헤집고 다닌다. 게다가 두편의 비주얼 완성도가 의외로 뛰어나서(아...물론 <디 -워>도 괜찮았다고 그랬었다...) 눈이 호강 좀 했다는...
보통때라면 이 두 편을 따로 포스팅 했겠지만 담고있는 내용들이 같은 맥락으로 흐른다는 생각이 들어서 한번에 포스팅 하겠다.
둘 중에 꼽으라면 <기담>을 더 재미있게 봤다. <1408>을 먼저 봤더라면 생각이 어떻게 바뀌었을진 모르겠지만 <기담>을 먼저 본 상태로서는 <1408>이 좀 맥이 빠진 느낌이었다. 하지만 <1408>도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로는 손에 꼽힐만한 작품임에는 틀림없다.
내가 공포영화를 보는 이유중 가장 큰것은 장르영화로서의 안락함(패턴화 되어있는 익숙한 상황들...)과 더불어 잔인한 고어장면들(특수 효과가 발전함에 있어 가장 큰 수혜를 받는 장르라 생각한다...)과 그런 익숙함을 어떻게 비틀어 풀어내는가에 대한 반짝이는 아이디어를 좋아해서일 것이다. 한 발은 안락한 자신의 세계에 담가두고 다른 한발을 위험의 세계로 딛어보고 싶은 인간의 호기심이 더욱 거센 공포물을 부추긴다. 현제 거장이라 손에 꼽히는 감독들도 대부분 호러라는 장르로 시작해서 거장의 반열로 건너온 사람들이 무척이나 많다. 그만큼이나 많이 만들어지고 제작여건에서 탄력이 있고(뭐....돈이 조금 든다는...) 반짝흥행으로도 긴 여운과 각인을 가질 수 있다는 점이 수많은 감독들을 유혹하기에 충분한 장르인 것이다. 그런 덕분에 제작편수가 상당한데, 졸속 제작이나 시기를 노린 시즌용 영화로 날림공사를 하는 호러영화들도 무척이나 많다. 다른 장르의 영화보다 사건의 그럴싸한 설정을 만들기가 여간 쉽지않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대부분이 한이 서린 유령이나 미치광이 살인마 등으로 진행이 돼는데 적절한 살인의 이유를 새롭게 창작한다는게 어디 쉬운일이겠는가...(반전을 위해서는 이유를 만들어야 한다는 강박 때문이라도...물론 반전 없는 반 그리스도적 영화들도 있다...)
보신분들은 알겠지만 이 두 영화를 관통하고 있는 정서는 '슬픔'이다. 무서운 영화를 보러왔는데 슬픔을 느낀다. 이게 참으로 관객을 만족시키는 효과적인 방법이라 생각된다. 뭐 어느 영화에서도 통용되는 법칙이겠지만...좀 더 쎈 감정을 느끼기에 하나의 감정으로는 만족을 못하니 또다른 감정을 같이 자극한다. 이 원초적인 공포와 슬픔의 감정이 만나면 사람을 참으로 기분좋게 자극해준다. 희안하다....
<여고괴담2>와 <장화, 홍련>이라는 걸작호러의 이면을 찬찬히 들여다 보면 이런 슬픔을 쉽게 감지해낼 수 있다.
그런데, 호러영화의 클라이맥스에 슬픔을 불러오기 위해...혹은 뒤통수를 후려치는 스릴을 위해 플래쉬백이 남발한다.
영화가 복잡해진다. 대체 뭔 말을 하는지 줄거리를 놓친다. 누가 누굴 얘기하는지 혼란스러워 진다. 영화 지루해진다. 라는 대게의 도식은 실패를 걷는 대부분의 호러영화들의 공식이다. 아주 작은 차이일 수도 있겠지만 미묘한 차이의 줄타기가 있다.
이 줄타기를 누가 더 잘하느냐에 따라 재미있는, 혹은, 훌륭한 걸작이 만들어진다. 그런 점에서 이 두 영화는 성공적이라 하겠다.
먼저 <기담>을 살펴보면...
늙은 노교수의 나레이션을 통해 과거회상으로 시작해서 시간의 배열을 점차 이전으로 돌아가 진행하다 결국 한곳에서 만나는...그리고는 다시 현제(라곤 해도 1970년대...)로 돌아와서 이야기를 마무리 짓는 독특한 방식의 구조를 가지고 있다.
중반 이후까지도 무척이나 인상 깊은 귀신들이 등장해서 간담을 서늘하게 만들어주는데...그 귀신들은 자신의 원한으로 나타난다기 보다는 죽은 사람을 잊지 못하는 산 사람들에 의해 문제의 <안세병원>으로 소환된다.
점차 쌓아올린 이야기가 말하고자 하는점이 드러났을때...앞서의 공포감은 점차 다른 감정으로 이입되기 시작한다.
그리고 결말부분...원귀들의 집합소 같았던 <안생병원>이 철거되는 장면에 이르러서는 가슴이 막막해지는 슬픔을 느끼게 된다.
노교수가 평생을 따라다닌 처녀귀신에게 나즈막히 읖조리는 대사는 여운이 꽤 길다.
세가지 이야기 중 가장 섬뜩했던 귀신이 등장한 스틸....이미지로만 보면 기존 <링>스타일의 원귀와 별반 달라보이지 않지만 여기에 사운드가 첨가되면 전혀 색달라진다.
김기덕 감독의 <숨>에 출연했던 배우 지아가 새롭게 해석해 낸 이 원귀는 이 영화의 하일라이트 중 하나이다.
더불어 영화전반의 사운드도 기존의 호러답지 않게 과잉이라는 느낌이 없는데...적막하게 진행되다가 필요한 부분에서 정확히 키를 잡아내고 있다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 생각보다 영화가 조용하고 고요한 가운데 슬픈 멜로디가 주종을 이룬다.
특히나 화사한 톤의 화면들이 간간히 등장하는데 깔리는 배경음악은 절제미를 보여준다.
전반적으로 일본영화를 보는듯한 느낌에(왜색이라 하는...) 기모노도 등장하지만 여느모로 보나 그런 거부감은 쉽사리 잊고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장화, 홍련>이후 기억에 각인될 멋진 호러영화를 만났다.
그리고...<1408>
여기엔 정말 등장인물이 몇 안 나온다. 크레딧으로 올라가는 캐스트 칸이 정말 짧다. 하지만 영화의 임팩트는 짧지 않았다.스티븐 킹이 자신의 자서전격+글쓰는 얘기를 담았던 책 <유혹하는 글쓰기>에서 탈고까지의 과정을 위해 썼던 예시문을 발전시켜서 따로 단편을 발표한 작품을 원작으로 이 영화를 만들었다. 국내에는 아직 이 단편이 팩으로 나온거 같지는 않다.
원문과 영화를 비교해보고 싶었는데...
존 쿠색의 원맨쑈로 진행되는 이 영화는 사실 1408호가 주인공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악마가 점령한 방... 에 직접체험을 위해 투숙하게 되는 호러작가가 1408호 방과의 사투를 실시간보다도 길게 겪게 되는 내용인데..
워낙에 속고만 살았던 탓인지 작가는 어떤 현상이 벌어져도 그것에 대한 합당한 이유를 찾아낸다.
문제의 돌핀호텔에서 존 쿠색과 사뮤엘 잭슨의 대화씬들이 무척이나 인상깊었다.(킹 특유의 적절하게 상대방을 찔러대는 대화법...) 초반은 그런식으로 가위내면 주먹내고의 재미로 끌고나가다가...드디어 방의 실체를 믿게 된 이후로는 본격적인 공격이 시작된다. 환영과 환청...벽에서 피를 토해내고 폭우와 해일이 덮치고...방을 빠져나갔다 싶으면 원점으로 되돌아가 버리고...
결정타는 죽었던 딸의 환생....
날 떠나보내지 말아달라고 울먹이는 딸아이의 간청에 그 자신의 아버지의 초라한 모습에도 흔들리지 않았던 애비는 그만 무너진다. 새카맣게 타서 푸석푸석 먼지가 돼서 날리는 딸아이를 가슴에 안고 절규하면서...
역시나 여기도 먹먹한 슬픔이.....
영화를 찍는중에 막다른 벽에 부딛힐때마다 소설을 꺼내 해답을 찾아냈다고 하는 미카엘 하프스트롬 감독은 킹의 소설을 완벽하게 영상으로 구현해 냈다는 호평을 받고 있고, 킹 자신도 자신의 홈피에 영화에 대한 대단한 만족감을 피력했다고 한다.
500여편의 소설중에 70여편의 영상화... 그 중 스테판 킹이 마음에 들어하는 작품은 몇 안되는걸로 알려져있는데..<1408>로 적잖이 위안을 받았다고나 할까...
다음엔 또 킹의 어떤 소설의 영화를 만나게 될지 기대된다.
팁1 : 1408 1+4+0+8 = 13 (오우...내가 좋아하는 숫자...)













